지리산 무박 종주(2009.11.13)
▶.일 시 : 2009.11.13.04:15~21:15(17시간)
▶.산 행 코 스 : 지리산 중산리-법계사-천왕봉-장터목대피소-세석-벽소령-연하천-노고단-성삼재
▶.산 행 거 리 : 33.6km
▶.이 동 경 로 : 순천출발(택시이용:9만원)-광양-하동-청학동-중산리(입산)-성삼재(하산 후 택시 이용 순천 도착:5만원)
지리산은 어머니의 산이다라는 말과 달리 막상 산행에 오르면 좀 지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만 볼거리 또한 다양하다. 산행 전날 컨디션 조절을 위해 휴가를 내고 오전부터 잠자리에 들지만 쉽사리 잠은 오질 않는다. 두어시간 자고 일어나 간단히 몸도 풀겸해서 유소년 야구장으로 이동한다. 적당한 운동 후 예정된 팀 단합행사에 참석하고 족구경기를 한 게임 한다. 산행과 야구를 같이 즐기면서 작은 통증이 수반되어 야구든 산행이든 일주일 전엔 한가지는 쉬어야 한다는 닥터의 말씀을 잠시 망각하고 겨우 한 게임인데 족구의 후유증에 엄청 고생했던 산행이다. 본격적인 산행을 하게된 어머니의 산인 지리산...지금도 그렇지만 2년 전의 내 모습을 안고 지리의 품에 안긴다. 무식한 넘이 용감하다고, 남들 다 한다는 지리산 무박 종주를 처음 시도했던 2007년 11월 9일 14시간의 고된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는 지리산에 안기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었지만 난 다시금 어머니의 품으로 들어 선다. 순천에서 김밥 네줄과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콜택시를 이용 2시 25분에 지리산 중리로 향한다. 중산리는 입산통제가(일출,일몰 2시간 전.후 입산금지) 심하기에 이번엔 고속도로를 통하지 않고 어두운 국도길을 따라 간다. 청학동에 다다를 무렵 예보와 달리 빗방울이 날린다.(9시부터 비온다더니...) 내심 걱정이 앞선다. 산행을 해야할 지 포기를 해야할 지...하지만 이내 진행하기로 한다. 17시간의 아주 여유로운(?) 산행을 비와 함께 했으니...몸 컨디션은 좋은데 무릎 쪽의 통증으로 인하여 산행이 많이 지체되었고, 같은 방향의 산객들을 한 분도 보지 못하고 혼자서 정해진 길을 따라 몇 컷의 사진없이 산행을 진행한다. 중산리 탐방안내소엔 비가와서 그런지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이 보이질 않는다. 사진에 보이는 분은 25년 만에 지리산에 와서 벽소령에서 1박하고 하산 할 예정이란다. 요즘 유명산엔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지리산 또한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거리규정을 2km에서 5km로,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를 9m에서 15m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연공원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지리산도 예외없이 4개소에 케이블카 설치가 예정되어 있다. 그 4개소는 ▲전남 구례군(산동온천~노고단),▲전북 남원시(고기마을~정령치),▲경남 산청군(중산리~제석봉),▲경남 함양군(백무동~제석봉)이다. 천왕봉에서 케이블카 설치반대 1인 시위를 하고 계시는 김병관 님은 살아 온 많은 역경들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내가 처음 그분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작년 이맘 때...평소에 아주 무뚝뚝하고 말씀이 없으신 분인데 연하천 대피소에 근무하실 때이다. 그 전엔 그저 인사만 건네고 지나가던 곳이 었는데 KBS 인간극장에 진솔한 모습이 비춰지면서 유명세(?)에 고뇌가 많으시단다^^.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시죠"~~~~김선생 님 말씀은..."여기가 동물원도 아니고 뭐...사진찍지 않으렵니다"???. 재차 부탁을 드려보는데, 하시는 말씀..."지리산을 위해 한가지라도 한 일이 있습니까???"라는 반문에 "등산로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있습니다"~~~김선생 님 하시는 말씀" 그럼 한 번 봅시다". 하시면서 쓰레기 봉투를 뒤적이십니다!!!!!. 이윽고...행여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완규 시인)이 적힌 책갈피 하나와 증명사진 촬영에 협조를 해주십니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갈 길을 재촉하였고, 1년이 흐른 후 김선생 님을 만난 곳이 장터목 대피소였다. 취사장 한 켠에 취사도구와 작은 짐꾸러미를 덮은 신문지가 인상적이다. 케이블카 설치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작은 천을 양해를 구하고 촬영하려는데 배낭에 달고 다니라면서 한 장 주신다. 5분 여간 그분과 진솔한 이야기를 하면서 약주를 한 잔 권하자 "요즘 위장병이 도질까 두렵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래도 이건 약주이니 드셔보시라 재차 권하자 두어 잔 마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죽기전엔 지리산을 내려가지 않겠다"라고 하신다. 초보 산객으로 잠시 뭉클함이 느껴진다.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가야 할 길을 재촉하면서 장터목 대피로를 나선다. 악천후 속에 보이지 않는 조망과 빗방울 그리고 무릎의 통증으로 많은 사진을 담진 못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 여유로움을 담고 돌아 왔다.
중산리 탐방 안내소...25년만에 지리산에 오르신다는 서울에서 오신 산객
지리산 법계사...흩날리는 빗방울이 렌즈에도 잡힌다.
바가지 위 중앙 붉은 부분이 천왕샘의 물골이다. 비가와서 그런지 수량이 풍부하다.남강의 발원지이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샘이다.,
천왕샘을 지나 천왕봉에 다다르는 일명 깔딱고개...여기에도 계단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산객 3분이 계시길래 부탁드려서 정상석을 옆에두고 기념 인증샷~~~!!!
장터목 대피소 2층의 기상현황판...기온은 영상이었으나 정상부의 체감온도는 손이 시릴정도였다.
전날 지리산에 다녀오신 산객 님이 상고대가 너무 예쁘다고 말씀하시길래 내심 기대를 했지만 이런 조망만 잠깐 보여준다.
벽소령 대피소...
형제봉의 골격을 이루는 형제바위는 10m가 넘는 두 개의 바위가 등을 맞대고 서 있는 입석(立石)바위로, 여기에는 그 옛날 성불하던 두 형제가 산의요정 지리산녀(智異山女)의 유혹을 경계하여 도신(道身)을 지키려고 서로 등을 맞대고 오랫동안 부동자세로 서 있다가 그만 몸이 굳어버렸다는 전설이 배어 있다.
연하천 대피소...몇 개월 전까지 김병관 선생 님이 근무하시던 곳이다.
반야봉을 오르기 위해선 여기서 올라서야 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몰아치는 비바람과 가끔 들려오는 짐승들의 울음소리에 흠짓 놀라곤 했다. 그 동물들에게 잠시 미안하다^^.
노루목 삼거리에서 노고단 안부까지 4.5km의 거리를 2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 조금 빠르게 걸은 듯 하다. 중간에 3분의 산객을 만났는데 일행 중 한 분이 부상을 당해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단다. 여기서 성삼재까지는 한시간 여를 더 내려가야 한다. 무릎도 아픈데 돌계단을 쉼없이 내려서야 한다. 서서히 한기가 느껴진다. 얼른 내려가서 커피 한 잔해야지~~~하는데 막상 성삼재 커피 자판기는 연신 돈을 토해내고 순천에서 콜한 택시가 도착한다.